그리고 10원짜리 국수가 생각이 나요. 점심 때가 되면 어느 차가 와서 국수를 가지고 왔어요. 차에서 국수를 끓여서 팔았는데, 백 원어치 정도를 사면 스테인리스 밥통에 반정도 국수를 담아 줬었어요.

한길자 님

인터뷰 개요
면담자 변혜정
면담대상 한길자 님
대상약력 신월3동 50년 거주민
기관위치 남부순환로47길

본인 소개 부탁 드릴게요.
저는 이 동네에서 오래 산 한길자입니다. 지금 174번지에서 10년째 살고 있고, 아들, 며느리에 손자 넷 까지 일곱 명이 같이 살고 있어요.

신삼마을에 사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70년도에 왔으니까, 이사 온지 50년이 됐어요. 원래는 서대문에서 살았고요.

처음 이사 오셨을 때의 신삼마을은 어떤 곳이었나요?
처음에 올 때는 완전히 진흙바닥에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어요. 집도 거의 없었고요. 그냥 흙 바닥에 몇 평씩 살 수 있게 줄로 구분만 해놨었죠. 비행기 소음도 지금 만하지는 않았어요. 그때만 해도 비행기 타고 여행가는 사람이 많이 없었으니까요. 보릿고개에 다들 어려울 때라 비행기 소리가 한번 나면 깜짝 놀라고, 신기해서 바라보느라고 난리들이었죠.

신삼마을 골목에서 기억나는 경험이나 추억, 사건이 있으신가요?
예전에는 상수도 물이 안 들어와서, 우물 물을 식수로 사용했어요. 좀 괜찮은 집에 우물이 있었는데 거기서 다들 떠다 마셨죠. 근데 이제 친한 사람이 아니면 좀 눈치가 보이니까 대부분 자기 우물을 집에 하나씩 만들어 놨었죠. 그리고 10원짜리 국수가 생각이 나요. 점심 때가 되면 어느 차가 와서 국수를 가지고 왔어요. 차에서 국수를 끓여서 팔았는데, 백 원어치 정도를 사면 스테인리스 밥통에 반정도 국수를 담아 줬었어요. 우리가 피난민 같이 사니까, 차로 와서 도와준 거죠.

그럼 그때는 농사를 짓거나 하셨나요?
아니요, 그때 직장을 다녔어요. 직장 다니고, 다들 자기 능력에 맞게 집을 지어서 살았어요. 제대로 된 집은 못 짓고, 옛날에 슬레이트 집을 다들 지어서 살았죠. 지금 생각해도 참 마음이 아파요.

그럼 신삼마을은 어떻게 발전하기 시작했나요?
우리 세대 사람들이 살면서 다 개선한 거죠. 가장 많이 생각나는 건 여기 개천이 있었는데, 이 개천 쪽으로 안 오려고 집을 다 비켜서 지은 거죠. 개천이 흐르니까 물 냄새에, 여름에는 오물 썩는 냄새까지 장난 아니었거든요. 깨끗한 물이 아니라 하수구 물이었어요. 그러다 나중에 복개공사를 하고 집을 지었죠. 그 집이 이 동네의 중심이 돼서 집값이 많이 올라갔죠.

그럼 가장 먼저 들어온 상가는 어떤 건가요?
가장 먼저 생긴 거는 주로 분식집이었어요. 그때는 먹을 거가 귀한 때니까요. 도넛, 찐빵 그런 장사를 한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었어요.

정말 힘들게 사셨네요, 혹시 또 기억나는 일들이 있으신가요?
또 생각나는 건, 여기 달빛 사랑방(신삼 리빙랩) 옆에 화단이 있잖아요. 그 화단에 엄마랑 아들이 살았어요. 꽤 살았죠, 한 10년 정도? 천막을 치고 살다가 엄마가 먼저 죽고, 2~3년 뒤에 아들도 죽어서 그 땅이 빈 거에요. 그 땅이 원래 나라 땅이어서 거기에 화단을 만든 거죠. 그런 거 말고는, 아카시아 꽃을 따러 다녔던 기억이 있어요. 여기 능골산에 아카시아 꽃을 따러 많이 다녔죠. 지금도 꽃이 많더라고요.

신삼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사고는 없었나요?
여기가 그렇게 우범지대가 아니니까요. 정말 평범한 동네에요. 지금이야 술 먹는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때는 조용한 동네였어요. 위험한 동네였으면 지금까지 안 살았을 거에요. 옛날에는 이웃끼리 맛있는 건 나눠 먹고, 비 오는 날에는 전도 부쳐서 나눠먹으며 기쁘게 웃으며 살았죠.

그런 추억이 선생님께 어떤 의미가 있으신가요?
이렇게 좋은 동네이니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죠. 그런데 이제 사람들 생활이 개선되니까 여행가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해서 영종도에 공항을 새로 만들었잖아요. 그리고 비행기도 점점 많아지더니 결국 비행기 소음만 늘었어요. 그때 정말 실망을 했던 것 같아요.

현재 신삼마을 골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쓰레기도 많아지고, 도로 정비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아요. 도로가 좀 더 깨끗하고, 청결했으면 좋겠어요. 욕심 같으면 도로가 넓어졌으면 좋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잖아요?

그렇다면 현재 신삼마을 골목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아까 말했듯이 도로가 좀 넓어져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화재라도 나면 소방차가 들어올 수 있잖아요. 옛날에 불이 난 적이 있는데, 소방차가 못 들어가서 살레시오 앞에 호스를 꽂아서 어렵게 불을 끈 적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옛 추억이 아픈 기억이기는 해도, 정겨운 이야기이고, 이제는 다 추억거리가 되었어요. 그러니 동네를 빠르게 재개발 해서 더 좋은 동네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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