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쯤이 되면 사이렌이 울리고, 불이 다 꺼지고 그랬어요. 그러고 나면 저녁에 집 앞에 나가서 돗자리를 피고 누워서 잤던 기억들도 있고요.
이수영 님
면담자 | 강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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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대상 | 이수영 님 |
대상약력 | 신월3동 48년 거주민 |
기관위치 | 가로공원로64길 23 |
본인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신월동에서 태어나서 48년째 거주하고 있는 이수영 입니다. 지금 친정 부모님도 신월 3동에 살고 계시고, 저희는 아이 아빠랑 아이 두 명 이서 같이 살고 있어요.
현재 거주하시는 골목은 어디신가요?
주소로는 가로공원로64길 23번지 쪽이고요, 동사무소 쪽으로 올라오는 길에 있어요.
48년째 신삼마을에 살고 계시다고 하셨는데 여기서 태어나신 건가요?
태어나기는 신월 1동에서 태어났어요. 신월 1동 파출소 쪽에서 태어났고, 한 다섯 살 때쯤 신월 3동으로 들어왔던 것 같아요.
5살 때부터 지금 살고 계신 집에서 사신 건가요?
원래는 저기 살레시오 회관 정문 쪽에서 살고 있었어요. 그러다 이사를 온 거에요. 신월동에서 여러 번 이사를 다녔거든요. 그쪽에서도 살아보고, SOS마을 근처에서도 살아보고, 그 다음에는 고려태권도 앞에서도 좀 살았었죠. 지금은 도로변에 있는 길 쪽으로 이사를 오게 됐어요.
이사 오셨을 때 신삼마을은 어떤 마을이었나요?
정겨웠죠, 많이. 그리고 식구 같은 느낌도 많이 들었었고요. 항상 보면 친구들하고 몰려 다녔어요. 저녁을 먹고 친구들과 모여서 다방 그라운드라는 놀이를 하면서 놀았죠.
친구들과 모이면 주로 어디서 노셨나요?
골목길 뛰어다니면서요. 30~40명씩 모여서 전봇대 하나를 두고 뛰어다녔어요. 술래가 친구들을 잡아서 전봇대에 세워놓으면 또 다른 친구가 와서 그 친구를 터치하고 도망가는 놀이. 그런 놀이를 두 세시간 씩은 한 것 같아요.
신삼마을에 30명씩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었나요?
지금은 차랑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기도 힘들지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차가 골목길에 거의 없었고,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있었죠. 그때는 골목 골목이 다 놀이터였으니까요.
학교를 신월 3동에서 다 다니셨나요?
초등학교는 제가 1학년 때 신월을 다녔어요. 그러다 신월 초등학교에 애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있어서, 신원을 전학을 왔었죠. 80년대 초반에는 이 동네에 초등학교가 없었고, 화곡역에 있는 신월 초등학교까지 아이들이 다 걸어 갔었어요.
그 당시 신삼마을에 대해서 더 이야기 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처음 살레시오 쪽으로 이사를 왔을 때부터 마을이 변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처음 봤을 때는 다 단층 건물이었는데, 차츰 차츰 변하면서 다세대 주택도 생기고, 2층, 3층짜리 건물도 생기고 그랬어요. 저 어렸을 때는 우물도 있었는데, 그 펌프를 고친 다음에, 우물에서 물을 퍼서 사용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남부순환 도로가 비 포장이었을 때 기억도 나요. 그 도로가 비포장 도로였고, 국민은행 뒤쪽에 개천이 있었는데 거기서 뛰어 놀던 기억도 있네요.
어렸을 때 신삼마을에서 겪은 사건이나 경험, 추억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그때는 통금시간이 있어가지고, 저녁 9시쯤이 되면 사이렌이 울리고, 불이 다 꺼지고 그랬어요. 그러고 나면 저녁에 집 앞에 나가서 돗자리를 피고 누워서 잤던 기억들도 있고요.
골목에서 그렇게 자도 문제가 없었나요?
그게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때는 어르신들도 많이 나와 계셨고, 아이들도 많이 나와 있었고, 그리고 일단 시원했으니까요. 또, 그때는 에어컨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물며 선풍기도 잘 없던 때였어요. 그래서 저녁에는 집 앞에 돗자리 펴놓고 많이들 누워서 쉬곤 했죠.
또 생각나는 추억이 있으신가요?
재미있었던 일들은 아이들이 네 집, 우리 집 할 거 없이 새벽에도 불러서 골목 앞에서 고무줄을 했던 기억도 있고요. 놀고 나서는 저녁에 아무 집이나 같이 가서 TV를 봤던 기억도 있어요. 그때는 TV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그런 가족 같은 기억은 좀 많이 있죠.
그런 가족 같은 분위기가, 신삼마을에 오래 사시게 된 계기가 되었나요?
글쎄요. 저도 결혼해서 나가서 살다가, 친정 집이 여기다 보니까 다시 들어왔어요. 신삼마을이 편하니까 다시 들어와서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알고 지내는 분들도 많고, 오고 가며 인사를 나누면 편하니까 살기는 편한 것 같아요.
현재 살고 계신 골목의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요?
차량 주차 때문에 불편한 게 있어요. 여기 사시는 분들이 공용 주차장이 있는데도 차를 골목에 주차하셔서 시끄러울 때가 좀 많아요. 차 빼달라, 안 빼준다 이렇게 싸움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아이들이 듣기에 안 좋은 말들도 많이 오고 가고요. 저희 때는 그런 게 다 정겨운 소음 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다 폭력이기 때문에 속상해요.
신삼마을 골목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희 골목에서 필요한 거요? 쉼터 같은 게 아닐까요? 제가 알기로는 신월동에 놀이터가 주위에 두 군데가 있는데 둘 다 아이들의 쉼터 같은 느낌이 크게 안 들거든요.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쉼터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차들이 속도 조절을 잘 안 하고 다니는데, 아이들도 그렇고 어르신들이 소리가 잘 안 들리시니까 많이 위험한 것 같더라고요. 가능하다면 안전 바 같은걸 설치해서 사람이 따로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신삼마을 골목이 어떻게 바뀌면 좋을 것 같으세요?
쾌적한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희 골목도 쓰레기 문제가 많거든요. 물론 다른 골목에 비해선 분리수거 같은 게 잘 지켜지는 편이긴 하지만요. 약국 쪽으로 나가는 길은 괜찮은데 그 사이사이 골목에서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안 넣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넣어서 버리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지 말고 잘 관리 했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통장이 되셨는데,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좀 더 동네를 알고 싶고, 여러 주민 분들을 만나면서 인사도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뭐가 필요한지, 뭐가 고쳐져야 하는지를 알아야 더 나은 동네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도시재생사업을 하는 동안 시간을 투자해서 동네가 더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알아가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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