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어느 집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하면 그 주위에 있는 분들이 오셔서 노트도 사다 주고 생일이면 장난감도 사다 주고 하는 정 많은 동네였어요.
정원모 님
면담자 | 변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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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대상 | 정원모 님 |
대상약력 | 신월3동 21년 거주민 |
기관위치 | 남부순환로40길 59 |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신월3동에서 알뜰매장 생활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원모라고 합니다. 아들 둘하고 집사람하고 넷이서 살고 있어요. 2000년 2월쯤에 가게를 열었던 것 같아요.
신삼마을에 오게 된 동기가 있으신가요?
여기가 예전부터 알던 동네이기도 했고요, 서민적이고 시골같이 정다운 분위기의 동네이기 때문에 제가 참 좋아하는 동네였거든요. 그래서 오게 됐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골목에서 일어난 사건 같은 게 있으신가요?
예전에는 어느 집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하면 그 주위에 있는 분들이 오셔서 노트도 사다 주고 생일이면 장난감도 사다 주고 하는 정 많은 동네였어요. 또 음식을 하게 되면 서로 나눠먹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세월이 흘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정들이 좀 많이 메마른 것 같아요….
주로 가게에 오는 손님은 어떤 분들이신가요?
예전에는 젊은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지금은 다 50대 후반에서 6~70대 분들이 많이 오시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노트 같은 문구가 절반은 넘게 나갔는데 지금은 학생들도 거의 없다 보니 완구나 문구는 거의 폐업 수준이에요.
손님들을 놓치지 않고 계속 필요한 걸 기록하시는 것 같은데 원래부터 그렇게 하셨었나요?
네. 제가 장사를 시작하면서 목표를 세운 게 있거든요. 옛날에는 물건을 여러 개를 사려면 가게를 여러 군데 다녀야 했어요. 그때마다 ‘아 내가 장사를 하게 되면 오시는 손님들이 우리 가게에서 한 번에 물건을 사가실 수 있게 해드리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어요. 이제는 장사를 하고 있으니까 손님들께 사고 싶은데 없는 물건은 없는지 이런걸 여쭤보고 기록을 하고 있어요. 이런 기록이 쌓이다 보니 여름에는 어떤 물건이 많이 나가는지, 겨울에는 어떤 종류가 많이 나가는지 파악을 하다 보니 오시는 손님들 중 7~80% 정도는 원하시는 물건을 다 구매하고 가시는 것 같아요. 없는 물건은 제가 주문을 해서 손님들이 원하시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구입도 해드리니 저를 믿고 와주시는 것도 있을 거에요.
응대하실 때 제일 힘들었던 손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제일 힘든 분들은 술을 드시고 오셔서 말도 안 되는 물건을 찾으시고 그 물건이 없다고 화를 내시는 분들인 것 같아요. 그리고 물건을 사신다음 한 달 정도 있다가 마음에 안 드신다고 현금으로 환불해 달라는 분들도 있고요. 상식에 어긋난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그런 분들이 좀 힘들죠.
그런 분들이 계시면 많이 힘드시겠네요…. 그렇다면 반대로 이런 분들 덕에 힘이 난다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요?
그런 분들도 계세요. 타 지방으로 이사를 갔다가 한 7년 후 다시 이곳으로 오신 분이었어요. 가게 밖에서 제가 있는지 없는지 보시다가 제가 안에 있으니까 들어오셔서 반갑게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지금도 가게에 자주 찾아와 주세요. 그리고 초등학교 때 준비물 사러 왔던 학생들이 결혼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장난감도 사주고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때 학용품도 사고 장난감도 샀던 곳이야 하면서 오는 손님들도 있거든요.
주위에 이웃 분들은 많이 알고 지내시나요?
요즘은 서로 인사를 나누는 정도 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같이 술도 마시고 그랬었거든요. 점심 먹으면서 반주도 하고 그랬는데 제가 이제 교회를 다니면서 술을 끊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잠깐 잠깐 인사하고 얘기 정도만 하는 것 같아요.
주기적으로 갖는 모임 같은 건 없으세요?
예전에는 비슷한 모임이 있었는데 친하게 지내시던 분들은 다 다른 곳으로 떠나 가시고 새로운 분들이 많이 들어오시다 보니 요즘은 그런 모임을 안 가지고 있어요.
처음 이사 오셨을 때 신삼마을은 어떤 곳이었나요?
그때는 되게 활성화가 되어 있었어요. 여기서 제일 잘되는 집은 떡집하고 간판가게다 라고 할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았죠. 특히 술집들이 많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갔다 했어요. 우스갯소리로 돌만 가져다 놔도 잘 된다 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뉴타운 개발을 한다고 해서 여기 사시던 분들이 다 이사를 가시고 외지에서 오신 분들이 세를 너무 많이 올리다 보니까 동네에 나이 드신 분들만 남게 된 거에요. 그러다 보니 경기가 위축되고 장사도 안되다 보니 가게들도 많이 내놨어요. 코로나 때문이라고들 하지만 그 전에도 계속 그래왔다고 생각해요.
마을이 다시 활성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젊은 사람들이 신월3동에 오는 이유는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화곡동 같은 데는 비싸니까 젊은 사람들이 여기서 많이 살다가 이사를 가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런 분들도 없는 거죠. 게다가 복지센터나 이런 시설들이 모두 나이가 많으신 분들을 위한 것들 시설 위주로 세워지다 보니 기존에 있던 사람들도 빠지는 것 같아요. 정말 이 마을이 발전하려면 주차 공간도 마련해 주고, 오래된 주택을 깨끗하게 다시 만들어야 동네가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신삼마을이 어떻게 바뀌면 좋을 것 같으신가요?
젊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조성해야죠. 특히 신월3동이 비행기 소리 때문에 처음 오신 분들은 놀라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살다 보면 좋은 점들도 많은 동네거든요. 동네에 사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새로 오시는 분들도 함께 신삼마을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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