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라는 건 서로 옛날로 보자면 씨족이라고 해요 다들 가족이었지 않습니까. 이제 그 정도까지 갈 수는 없지만, 최소한 마을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있는 그런 것이 ‘좋은 마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허정훈 님

인터뷰 개요
면담자 김연옥
면담대상 허정훈
대상약력 새터마을 2년 거주

본인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허정훈이라고 합니다. 현재 42살이고요. 광명 4동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잠깐 직장 때문에 혼자 나와 있긴 한데 아들 하나 있고요.

새터마을에서 얼마나 사셨나요?
지금 광명동 쪽에서 제가 한 일들은 한 2~3년 정도쯤 됐어요. 이제 새터마을 일대에 다시 온 건 한 2년 됐고, 10년 전쯤에 인근에서 사업을 하나 했었습니다. 컴퓨터 관련 사업을 좀 해서 예전 ‘원성 슈퍼’라고 지금 ‘오케이 할인마트’라고 하는데, 거기 건물 지하에서 컴퓨터 관리 판매 일도 좀 잠시 했었습니다. 그것도 한 2년 정도 했었고…. 그래서 마을의 예전 모습이나 그런 걸 좀 기억하고 있어요.

새터마을에 사시면서 기억에 남는 경험. 사건 장소 등이 있으실까요?
새터마을에 살면서 이제 경험이라 하면, 일단은 여기가 아무래도 외지 주민분들이 많으신 곳인데, 예전에 제가 ‘광명교회’라고 새터마을에 위치한 곳은 아니지만 다른 곳에서 교회 생활을 좀 했었습니다. 그때 교회에서 설과 추석 때 쌀, 고추장 간장 그런 걸 독거노인분들께 전달하는 활동을 여러 곳에서 하는데, 그중에서 새터마을에 홀로 계시는 분께 전달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6·25전쟁 참전용사셨는데 혼자되시고. 적적하신 분들을 만나 뵌 적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살아오신 이야기를 여러 가지 듣게 됐습니다.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시고, 또 젊은 시절에도 많은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시고, 일하시고 하셨던 분인데, 연세를 많이 드시고 이제 혼자가 되시고 하니까 너무 외로우신 거예요. 그때 저희처럼 20대 후반 정도 되는 젊은 사람들이 가서 인사드리고, 추석이라고 인사하고 가니까 너무 반가워하시더라고요. 정말 고마워하시고…. 쌀이 문제가 아니고, 그냥 말 상대할 사람이 없으셨거든요. 당신이 이렇게 살아왔다. 그걸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워하시고, 그래서 “사람 정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구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조금 안도가 되고 내가 괜찮게 살았구나.”, “그리고 나라를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찡한 감정을 가지고 가족이 아니어도, 꼭 핏줄이 안 닿아 있어도 사람이 정을 나눌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던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허정훈 선생님
허정훈 선생님

좋은 일을 많이 하셨었네요. 지금의 새터마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말하기가 참 어려운 면이 있는데요. 왜나면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까는 이게 새터마을만의 문제점이 아니고 모든 마을에서의 문제점인데요.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가 없어요. 저만해도 지금 3년째 못 만나고 있는 친구가 있고 그렇습니다.

옆집 분들하고는 만날 수 있지 않나요?
근데 조금 떨어져도 코로나 때문에 아는 분들도 만나기가 너무 좀 그런 거예요. 그래서 서로 인사를 못 하고 하니까…. 사람이 사람을 만나야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지는데, 지금 새터마을 뿐 아니라, 온 나라가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서 다들 날카롭게 날이 서 있습니다. 얼마 전에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에서 소통하는 식탁이라는 주제로 온라인으로나마 수업하면서 식사를 같이 나누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가 좋았던 게 온라인으로 주민과 주민이 서로 인사를 하게 해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오랜만에 뵙습니다.”라는 말도 하고, 주민들이 인사를 나누는 걸 보고는 주민들끼리 인사하는 자리가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건 어떻게 할 수 없는 재해 상황이다 보니까 온라인으로 하지. 지금 새터마을이 가장 부족한 점은 이웃 주민들이 서로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까, 얼굴을 아는 사람도 그냥 서로 지나가게 만드는 게 있어서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어요. 그게 가장 좀 안타까운 면이죠.

새터마을에서 가장 좋은 점, 또 해결될 점은 어떤 것인가요?
새터마을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하자면 광명남초등학교를 끼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또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코로나 시국 이전 얘기지만은 연세가 좀 많으신 분들도 많으세요. 그러다 보니까는 학교 앞을 지나가면서 어린아이들이 뛰노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걸어가다가 어린아이들이 뛰노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시는 어르신들도 계셨고, 또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겠지만, 아기들이 넘어질 것 같으면 할아버지들이 이렇게 잡아 주시고, 할머니들이 그냥 괜히 사탕 같은 것을 주시는 것들을 보면, 수도권에 있으면서도 시골스러운 정감이 있었다고 할까요?

주민분들이 코로나 시국이라 지금은 너무 힘들어하지만, 그 이전에는 리어카를 미는 할아버지, 할머니분도 있었고…. 그냥 거리에서 사람들이 친근하게 말 붙이게 해주고, 일을 보러 가고 있는데 총각 하나 먹고 가하는 시장 사람들. 이런 것들이 정말 좋습니다. 이런 시골과 도시의 중간쯤 되는 풍경들이 꽤 많습니다. 모든 것이 다 코로나로 묻혀서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정이 살아있으면서도 수도권이라는 점이 가장 특색 있고 좋은 점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해결될 점은 어떤 것일까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소통하는 자리가 있으면 참 좋겠어요. 지금 식당에서 하다못해 6시 넘어서 두 명이 밥 먹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서. 이게 백신을 많이 맞아야 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주택 개발은 광명동 일대에 예전부터 있었는데 이런 점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뉴타운 같은 경우에는 관리 처분했던 집을 철거하는 과정이 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뉴타운 지역에 거주하던 분들의 거주지 자체가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당시에 거주하던 주민 자체가 줄어든 상태이고요. 그분들이 광명동 안에서 만약에 이 집을 이사 가시지 못한다고 하면, 개봉동 쪽으로 이사 가서 몰려 사십니다. 또 저기 시흥, 안산 쪽으로도 가시고요. 광명 사람들이 또 거기 가서 살면서 광명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광명이 한 동네가 아닙니다. 각지에 커뮤니티가 살아있고, 타지로 이사하신 분들은 타지에 가서 놀고 추후에 다시 광명으로 오시겠다.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새터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도시재생 대학이나 현장지원센터에서 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해 좋은 말씀들도 많이 듣고 생각했는데,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서 다시 힐링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전 질문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광명이라는 곳이 수도권이면서도 시골스러운 면이 있잖아요. 옛날부터 주민 간 들어온 정이 살아있는 동네니까 그것들을 좀 지켜나가야 하는데, 어찌 보면 코로나 시국에 주민 간의 교류가 없어서 안타까운 상황이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조금이나마 완화된 것 같아요.

시국이 이렇다 보니까 완전 치료는 못 하지만 그나마 센터에서 하는 활동이 조금 주민 간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시에서 도시재생 관련해서 지원해주시고, 앞으로 도시재생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비전을 보여주시고, 마을기록단 활동을 통해서 과거와 현재의 기록을 모아주시는 역할을 보여주시더라고요. 그런 점도 굉장히 좋습니다.
도시재생을 조금 안 좋게 보시는 시선들도 많고, 좋게 보시는 분들도 많긴 합니다. 모든 일은 원래 찬반이 많기는 하지만요. 저로서는 사람들한테 마을의 과거와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대해서도 알려주면서 마을기록단 활동을 시에서 지원한다는 점만으로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인터뷰 질문에 대답해주시는 허정훈 선생님(우측)
인터뷰 질문에 대답해주시는 허정훈 선생님(우측)

좋은 마을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좋다.’라는 말과 마을하고 좀 따로따로 말을 하고 싶은데요. 나한테 좋은 것, 내 가족에 좋은 것, 우리 마을 커뮤니티에 좋은 것. 이런 여러 가지의 종류가 있을 텐데요. ‘좋다.’라는 말은 사실은 ‘사랑하다.’라는 뜻일 겁니다. 여기에 ‘마을’이란 말을 붙였을 때 조금 다른 의미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저는 최소한의 것을 만족시켜주는 걸 말하고 싶어요. 그 최선이라는 게 조금 안 좋은 경우를 예시로 들자면, 지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고독사가 없는 마을을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수도권이나 지방도 마찬가지고요. 사람이 누구와도 연락 없이 외롭게 살다가 죽은 지 두 달, 석 달 뒤에 발견되기도 해요. 그런 사람은 정말 마을 주민 간에 아무런 커뮤니케이션이 없던 사람이거든요. 사회와 연결된 끈이 없어서 집주인이 월세 문제로 만나러 가서 두세 달 뒤에나 발견됐다는데, 이런 소식은 너무 불쌍하고 너무 눈물 나는 경우지요.

물론 이제 혼자가 좋으신 분들도 있지만, 제가 볼 때는 혼자 사시기 힘드신 분들을 위해서 최소한의 끈은 서로 연결되어있는 게 마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을이라는 건 서로 옛날로 보자면 씨족이라고 해요 다들 가족이었지 않습니까. 이제 그 정도까지 갈 수는 없지만, 최소한 마을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있는 그런 것이 ‘좋은 마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새터마을이 어떻게 발전되기를 바라시나요?
도시재생이라는 게 서울의 도시재생과 지방의 도시재생이 있을 것 같아요. 광명의 도시재생 중에서도 새터마을의 도시재생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의 모든 것들을 딱 하나로만 정의할 수는 없으니까요. 근데 새터마을만의 장점이라고 수도권이라서 서울로 진출하기 편하고, 서울의 느낌과 지방의 맛이 공존하는 그런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광명시장을 갖다 굉장히 좋게 봅니다. 광명에 재래시장, 전통시장이 있는데 이게 다른 지역에서 많이 찾아오는 곳이란 점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개봉동에서도 찾아오고요. 지하철역이 근처에 있다는 장점 때문에 타지에서 많이 찾아오시는데, 제 개인적인 욕심입니다만 저는 새터마을이 다른 지역에서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새터마을만의 문화가 활성화돼 있는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만약 여기가 음악으로 유명한 동네가 됐다고 가정한다면, 이 일대에서 음악 하는 사람들은 지하철 타고 와서 한 번씩 새터마을에 들려서 음악 관련해서 지식을 배우고 공연을 할 게 아닙니까. 만약에 여기가 그림이나 목공으로 유명한 동네가 됐다고 한다면,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배우고, 즐기고 가는 그런 동네가 될 거예요. 광명시 다른 사업과 연계해서 새터마을을 들렸다가 시장도 가고, 광명 동굴도 갈 수 있도록 새터마을이 문화 중심지의 마을이 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까요?
도시재생은 굉장히 따뜻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새터마을은 더욱 따뜻해질 수 있는 재료들이 많이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국이 이렇다 보니까는 하지 못하는 것, 할 수 없는 것들이 많고, 또 오히려 잃어가는 것들이 너무 많지만, 코로나만 끝나고 나면 새터마을만의 도시재생을 하면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을이라는 게 그 마을 주민만 잘사는 마을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을 불러올 수 있는 마을이 돼서 수도권 안의 또 하나의 관광지가 되는 그런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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