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화단 앞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였죠. 의자도 있었는데, 하도 거기에서 저녁 늦게까지 술들을 먹으니까 의자를 다 치워버렸어요. 큰 나무도 다 베어버리고 양쪽 통로만 나둬서 주민들이 앉을 자리를 없애버렸죠.

오영석 님

인터뷰 개요
면담자 변혜정
면담대상 오영석 님
대상약력 신월3동 48년 거주민
기관위치 남부순환로40길 75-6

본인 소개 부탁 드릴게요.
저는 이 동네에 73년도에, 제가 총각일 때 이사를 왔어요. 그리고 그 해 말에 결혼 해가지고 지금 48년째 살고 있습니다. 애들 둘은 출가해서 부인하고 둘이서 살고 있고요, 이발관을 하다가 지금은 관두고 놀고 있어요.

마을에 오시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왕십리에서 미용 일을 친구하고 같이 하다가, 여기에 살던 고향 분이 저한테 연락을 해서 오게 됐었죠. 결혼도 해야 하고 해서 73년도 1월달에 지금 이발관 자리를 백 만원 주고 사서 왔어요.

신삼마을의 첫 인상은 어떠셨나요?
비행기 소리가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여기 동사무소 위에 산을 깎은 다음부터 소리가 더 크게 나더라고요. 원래 가로 공원 앞쪽이 산이었거든요. 그걸 김포공항을 확장할 때 흙을 쓴다고 깎았어요. 산이 높이가 낮아지니까 비행기가 더 낮게 날아서 소리가 더 크게 나더라고요.

신삼마을에서의 추억이나 경험, 혹은 기억나는 사건이 있으신가요?
예전에 우리은행 앞에서 소음 때문에 대모를 한번 했었어요. 우리가 공항까지 들어가려고 하니까 못 들어가게 한다고 경찰도 왔었고요. 대모 하다가 다친 사람들도 있었어요. 다행히 많이 다친 건 아니어서 동네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비용을 모아서 치료도 해주고 그랬어요.

앞에 화단이 예쁘던데 이웃끼리 같이 만드신 건가요?
옛날에 인천 상수도가 고강동 쪽으로 넘어갔어요. 근데 서울시에서 그 땅을 철거민 촌으로 쓰라고 준거에요. 상수도가 거기 묻혀있으니 또 철거를 해야만 했죠. 그래서 다른 곳으로 땅을 주고 여기에 주차장을 만들어야 하네 했다가, 동네 주민들이 주차보다 화단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화단이 생기게 된 거에요.

화단 근처에서 이웃끼리 모이기도 하시나요?
옛날에는 화단 앞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였죠. 의자도 있었는데, 하도 거기에서 저녁 늦게까지 술들을 먹으니까 의자를 다 치워버렸어요. 큰 나무도 다 베어버리고 양쪽 통로만 나둬서 주민들이 앉을 자리를 없애버렸죠.

좋은 의도로 만들었는데 안타까우시겠어요.
그러게요. 나무도 정말 큰 나무였거든요. 느티나무가 너무 크니까 베어 버리고, 이제는 공원 안에 못 들어가게 하고 구경만 하게 돼서 너무 안타깝네요.

결혼은 어떻게 하시게 되셨나요?
이발소에 자주 오시던 세입자 분이 중매를 해주셨어요. 하루는 이발하러 오셔서 저한테 여기 사냐, 몇 년째 살고 있냐 이런걸 계속 물어 보시더라고요. 그때 우리 집사람이 용인에 자수인가 하러 다녔을 때였는데, 그때 만나서 결혼까지 하게 됐네요. 집사람 덕분에 큰애는 단국대학원 까지 졸업했고, 딸은 상명여대까지 졸업시키고 했어요. 우리는 그렇게 배우질 못했는데, 애들은 대학까지 다 잘 다녀줘서 고맙죠.

아이들 어렸을 때는 어디에서 같이 놀아주셨나요?
옛날에는 이 앞에 공터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자주 놀았죠. 앞에 화단이 있기 전에 공터가 생겼었죠. 그때는 놀이터도 없고 그랬으니까, 그런 공터에서 애들이랑 자주 놀아 줬었죠.

이발하러 자주 오시는 분들 중에 친하게 지내시는 이웃 분들도 있으세요?
이 앞에 많죠. 석빈선씨랑, 서영신씨도 그렇고, 오래 살다 보니까 친한 분들이야 많죠. 저녁에는 다같이 술도 한잔 하고 같이 놀기도 했죠. 축구 동호회도 있었고, 동네 사람들하고 놀러도 많이 다니고 그랬어요.

신월 3동에 과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변한 점은 무엇인가요?
2004년쯤 동네를 재개발 해서 아파트를 지으려고 우리가 추진 위원회를 했었어요. 그런데 동네에 나이 많으신 분들이 아파트를 지으면 월세도 안 나온다고 반대를 하셔서 무산이 됐었죠. 그리고 제가 동네에서 오래 살다 보니까 동네 일도 많이 봤어요. 통장도 한 25년 정도 했고요. 그러면서 여기가 영등포구에 있다가, 강서구로 바뀌고, 양천구로 바뀌는 것도 모두 지켜봤어요.

앞으로 신삼마을에서의 나의 모습은 어떨 것 같으세요?
인생의 마지막에 돈을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니니까, 남한테 아쉬운 소리하지 않고, 먹고, 쓰고 하면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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