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블록구술기록양순례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신월 기름집 전경

그때는 장사가 잘 돼서 노점상이 정말 많았어요. 저 위에부터 여기 밑에까지 줄을 서서 장사를 했었죠.

양순례 선생님

인터뷰 개요
면담자 변혜정
면담대상 양순례 선생님
대상약력 신월3동 37년 거주민
기관위치

본인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장에서 기름가게를 하는 양순례입니다. 남편하고 둘이 살고 있어요.

신삼마을에는 언제 이사를 오셨나요?
잘 기억은 안 나는데 84년, 85년 그 정도에 들어온 것 같아요. 등촌동에서 슈퍼를 운영하다가 방앗간을 하려고 이쪽으로 이사를 왔어요. 주변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신삼마을이 살기 좋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일을 하고 계시는 양순례 선생님
일을 하고 계시는 양순례 선생님

장사를 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제가 29살에 와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지금 65세 이니 거의 40년이 다 되어가죠. 한번은 신월 5동으로 이사 가신지 오래된 손님이 오셨었어요. 그런데 제가 아직도 여기서 장사를 하고 있으니 “정말 장사를 오래하시네요.” 그러시더라고요.

처음 들어오셨을 때 신삼마을의 첫 인상은 어떠셨나요?
시골 동네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때는 건물이 많이 없었으니까요. 인정도 많았던 것 같아요. 먹을 걸 하면 서로 조금씩 나눠서 먹고 그랬어요.

양순례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신월 기름집 전경
양순례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신월 기름집 전경

예전에는 노점도 많이 있었나요?
정말 많이 있었어요. 지금 집이 들어서 있는 곳곳에 파라솔 같은 걸 펴놓고 장사를 많이 했었죠. 그때는 장사가 잘 돼서 노점상이 정말 많았어요. 저 위에부터 여기 밑에까지 줄을 서서 장사를 했었죠.

이웃 분들과의 추억도 많으실 것 같아요.
그렇죠. 봄에는 보리밥을 해서 나눠먹었고 비 오는 날에는 다같이 빈대떡도 해 먹었죠. 가을에는 돈을 걷어서 관광버스를 타고 놀러 다녔는데 그럴 때가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주변에 장사하시는 분들과 같이 가서 재미있게 놀았었죠.
장사하시는 분이 결혼을 하시면 밥이랑 국이랑 반찬 몇 가지를 해서 다 불러서 먹기도 했고, 누가 집을 사면 다같이 돈을 걷어서 집들이 선물도 사다 주면서 북적북적 하게 지냈어요. 사람 사는 재미가 있었죠. 지금은 주변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삭막한 동네가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요.

명절에도 이웃 분들과 함께 지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명절에 야채 같은 것도 서로 가져다 주고 그랬어요. 혼자 명절음식을 하면 힘드니까 같이 가서 재료를 손질해주기도 했고요. 지금은 손가락이 불편해서 못하지만 그때는 정말 많이 도와줬거든요. 명절에 다같이 모여 있는데 혼자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서로서로 돕다 보니 정도 많이 들었죠.

지금의 신삼마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은 정이 많이 없어졌죠. 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만 계시고요. 예전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고 아이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어요. 가게들도 많이 없어졌죠. 여기 근처에 있던 생선 가게도 없어졌잖아요. 원래 그 가게가 명절 때만 되면 줄을 서서 사야 됐거든요. 생선가게 주인 아주머니는 명절만 되면 생선 판 돈을 은행에 부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니까요? 그런데 서서히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장사가 안되다 보니 결국 가게를 닫게 되신 거죠.

그런 것들이 참 안타까운 것 같아요.
맞아요. 저는 신삼마을에서 오래 산 사람이니까 그런 게 너무 안타까워요. 저는 이 동네에 정도 많이 들었고 너무 좋아서 이사를 가기 싫을 정도거든요. 우리 애들은 장사 그만두기 전에라도 아파트 가서 한 번 살아봐야 된다고, 이사 가자고 그러는데 저는 정말 이사를 가기 싫어요. 아직 신삼마을에는 인정이 있으니까요. 친한 이웃들도 많이 있고요.

함께 일을 하고계시는 사장님(양순례 선생님 남편분)
함께 일을 하고계시는 사장님(양순례 선생님 남편분)

친한 이웃 분들은 어떤 분들이 계시나요?
옆에서 같이 장사를 하던 야채 가게 영남 엄마랑 정말 친해요. 이분 남편 분께서 돌아가셔서 장사를 그만두고 동네 주변에 살고 있는데요, 저랑 친하다 보니 저희 집에 자주 놀러 오거든요. 예전부터 같이 장사를 오래 했고, 아이들 크는 것도 같이 보다 보니까 가족보다 더 가족 같죠.

요즘은 그렇게 지내시는 분들이 없으신가요?
없죠. 그래서 너무 아쉬워요. 저는 그래서 과거가 더 좋아요. 과거로 돌아가라면 돌아갈 것 같고요. 과거에 장사도 하고 아이도 키우느라 정말 바빴거든요. 그래도 그때는 힘든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살았으니까요. 장사하시는 분들이랑은 형제처럼 지냈고요. 그랬던 일들이 너무 그리워요.

신삼마을 골목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일단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젊은 사람들도 동네에 많이 들어오고 아이들도 많이 있고, 가게들도 빈 곳 없이 가득 찼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옛날에는 시장이 활성화 되어서 사람도 많고 상인도 많고, 주민도 많은 마을이었어요. 신삼마을 주민들이 예전처럼 친척처럼, 이웃사촌처럼 따듯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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